경찰 여전히 총으로 정신질환자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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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대응 대신 무장 진입 고수
1년 전 양용 총격 비극 반복 우려
배스시장 “총으로 접근하면 안돼”

정신질환자와 마주한 현장에서 LA경찰국(LAPD) 대응 전략은 여전히 ‘치료’보다 ‘제압’에 머물러 있다.

총 대신 상담이, 명령 대신 치료가 필요한 순간에도 경관들은 여전히 무장한 채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LA시 감사관실은 최근 보고서를 발표해 LAPD의 정신질환자 대응 정책의 문제점〈본지 10월 30일자 A-1면〉을 지적했다.

케네스 메히아 감사관은 “무기 사용 방침이 모호하고, 환자와의 대면 방식에 대한 구체적 기준도 없다”며 “정신건강 개입의 성과를 환자 안전이 아닌 ‘경관을 얼마나 빨리 해방시키느냐’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 자체가 위기를 악화시킨다는 설명이다.

정신질환자는 불안과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고성 명령이나 물리적 접근은 오히려 흥분과 공격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을 닫거나 대화를 거부하는 행동 역시 의료적으로는 안정을 위한 방어 반응으로 해석된다.

즉, 기다림과 비자극 환경 조성이 치료의 첫 단계라는 설명이다.


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박사는 “정신질환자를 대할 때는 그들의 감정과 상황을 읽는 것이 중요하지만, 경찰은 ‘얼마나 위험한가’만을 먼저 생각한다”며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질환의 종류마다 대응 방식이 다르고,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인데, 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그 판단을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경찰이 받는 36시간의 정신건강 개입훈련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평생 이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조차 환자의 상태를 단번에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현장에는 반드시 정신과 전문가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
다.

한인정신과의사협회 조만철 박사 역시 “정신건강 위기 대응은 치료 행위”라며 “지금처럼 경관이 주도하고 전문가가 뒤따르는 구조는 거꾸로다. 의료진이 판단하고 경찰은 안전을 보조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살상 무기조차 환자에게는 폭력적 경험이 될 수 있다”며 “환자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 대화와 관찰을 이어가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캐런 배스 LA시장도 경찰의 대응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스 시장은 “정신건강 위기를 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이건 의료의 문제이지 범죄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는 더 이상 총으로 정신질환자에게 접근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무장 위기 대응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정신건강 전문가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한계는 지난해 5월 발생한 한인 남성 양용(당시 40) 씨 총격 사망 사건에서도 드러났다.〈본지 2024년 5월 3일자A-1면〉

당시 양씨 가족은 LA카운티정신건강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한인 클리니션 윤수태 씨는 별다른 대안 없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올림픽경찰서 소속 경관은 진입 2분 30초 만에 총을 쏴 양씨를 살해했다.

조 박사는 “그 상황에서 목표는 보호와 병원 이송이어야 했다”며 “경찰의 대응은 제압 중심이었고, 이는 치료가 아닌 진압으로 의료의 영역을 벗어난 접근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LA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LAPD의 총기 발포는 35건으로, 이 중 상당수가 정신건강 위기 상황과 관련됐다.

LAPD 연례 무력 사용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3년 사이 발포 사건의 약 31%가 ‘정신건강 위기 상태로 인지된’ 인물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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